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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무더위 없다고?

Posted May. 25, 2005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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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광고를 중단해라. 매장 선전 문구도 바꿔라.

올여름 폭염을 기대하고 대대적인 여름 기획 이벤트를 준비 중이던 여름 상품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기상청이 올여름에는 100년 만의 무더위가 없을 것이라고 23일 예보했기 때문이다.

당초 여름 상품 업체들은 올해 초 100년 만의 무더위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 연구원의 주장을 근거로 대대적인 폭염() 판촉 활동을 펼쳐 왔다.

배스킨라빈스는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라디오 광고의 소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최근 선보인 음료 샤벳 쿨러의 라디오 광고에서는 여자 기상캐스터가 100년 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더위에 지쳐 말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묘사됐는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

배스킨라빈스 마케팅팀 정화성 과장은 소비자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광고 소재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빙과업체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생산 품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빙그레 박일환 홍보실장은 얼음이 많이 들어간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유지방 아이스크림 생산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폭염 예보에 힘입어 에어컨 특수()를 누렸던 에어컨 제조업체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에어컨 판매 촉진을 위해 낮 최고 기온이 34도인 날이 9일 이상 지속될 경우 전기료를 지원해 주는 무더위 이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이 행사를 계속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일단 매장에 설치된 100년 만의 무더위 관련 광고물은 거둬들이기로 결정했다.

5월 말6월 초 한창 여름옷을 팔아야 하는 백화점 바이어들도 분주해졌다.

올해는 무더위로 여름 의류가 작년에 비해 30% 이상 더 팔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더 당혹스럽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카디건이나 재킷 등 기온이 떨어질 때 많이 판매되는 상품의 기획전을 앞당겨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가전담당 진재범 바이어는 되레 저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면 제조업체들은 서둘러 여름 물량을 털어 버리는 기획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여름 100년 만의 무더위는 없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로 여름 상품을 만드는 일부 회사의 주가도 24일 크게 떨어졌다.

선풍기 제조회사인 신일산업의 주가는 3420원으로 전날에 비해 9.04%나 폭락했다.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삼강과 빙그레의 주가도 각각 6.0%, 0.73% 떨어졌다.



허진석 김광현 jameshuh@donga.com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