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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일게이트, 김 전 차관 배후가 문제다

[사설] 오일게이트, 김 전 차관 배후가 문제다

Posted May. 12, 20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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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을 실무적으로 지휘 감독했던 것으로 밝혀져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 재직 때인 지난해 8월 왕영용 당시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유전사업 추진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토록 지시하고, 직접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왕 본부장과 함께 우리은행 임원들을 만나 유전사업 자금을 신속히 대출해 줄 것을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본부장 급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일이라며 자신의 개입 사실을 극구 부인해 왔다. 그러나 철도청이 유전사업을 하기 위한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정관 변경 등 각종 편법과 절차적 하자가 모두 김 전 차관의 지시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빈틈없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이 유전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데는 그럴 만한 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 검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건교부 통일부 산자부 등이 유전사업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철도청 내부 자료가 드러났다. 유전사업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실세의 역할도 관심사다. 이미 유전개발 합작회사인 한국크루드오일(KCO) 전 대표 전대월 씨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측근에게 8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한 허문석 씨를 전 씨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기명 씨를 통해 허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의원과 이 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눈먼 조사로 끝난 것도 몸통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감사원은 유전사업의 행정 절차상 잘못만 지적하고 이 의원에 대해선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사무총장이 직접 이 의원을 해명하고 나섰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 대상이 누구이건 법대로 수사하고 처리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다. 그것을 제도 이상의 권력이라고 말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