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나, 대한민국 여검사

Posted February. 22, 2005 22:53,   

ENGLISH

검찰에 여풍()이 거세다.

14일 신규 임용된 검사 95명 가운데 여성 검사가 3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임용자의 38%에 해당하는 수.

이로써 여성 검사는 전체 검사 1554명의 9%인 139명이 됐다.

여검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섣부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성 검사의 애환=검찰은 그동안 금녀()의 구역으로 인식돼 왔다. 전투력이 최우선되는 조직 생리, 평균 퇴근시간이 자정에 이르는 살인적인 업무량, 전국 방방곡곡을 옮겨다녀야 하는 데 따른 불편, 폭탄주 등.

여기다 남존여비()의 유습 때문에 피의자나 수사관들이 여성 검사의 권위에 승복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

1992년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여성 검사 2호인 이옥(41사법시험 31회) 춘천지검 부부장은 이제는 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임용 당시엔 여성 검사를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그러나 여성의 특성을 살려 좀더 섬세하게 수사할 수 있고, 인간적인 배려도 할 수 있다며 특히 여성 검사가 담당한 사건의 경우 조사받은 피의자들의 이의 제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여풍의 선구자들=검찰조직 창설(1948년) 이래 1982년에서야 첫 여성 검사가 된 조배숙(48) 임숙경(52이상 사시 22회) 변호사가 각각 5년과 6년 만에 판사로 전직했듯이 여성에게 검사를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여성 사시 합격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지망도 크게 늘어나게 된 것.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성 검사의 수적 증가와 함께 남성 검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안특수 분야에 진출하는 등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는 점이다.

2003년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서인선(30사시 41회) 검사가, 2004년 8월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에 이지원(41사시 39회) 검사가 각각 배치됐다. 2004년 6월에는 첫 여성 부장(조희진 검사43사시 29회)이 탄생했다.

여성 검사는 어떤 사람인가=법무부가 최근 발간한 통계자료는 2004년 말 현재 재직 중인 여검사 103명(이달 신규 임용된 36명은 제외)을 상세히 해부해 놓았다.

재직 연수별로는 1년 이상5년 미만(66명)이 가장 많았고 1년 미만도 21명이나 돼 검찰 여풍이 최근 몇 년간의 현상임을 확연히 보여 줬다. 5년 이상10년 미만(11명), 10년 이상(5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나이별로는 20대 31명, 30대 68명으로 주력이었으며 40세 이상은 4명에 불과했다.

대학 때 학부 전공은 법학과가 7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격증 소지자도 눈에 띄었는데 약사가 2명, 중등교사 기술사 정보처리사가 각각 1명이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사람이 11명, 미취학 자녀를 둔 사람이 31명이었다.

육아 문제 때문에 6개월 이상1년 미만의 장기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검사도 2명이었고, 그 때문인지 검찰청 안에 어린이집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여검사도 49명이었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 맞벌이 직장여성으로서의 고민을 보여 주는 대목.

13, 11, 3세 세 아이의 엄마인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이영주(38사시 32회) 검사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엄마 발령지를 따라 전학을 4번 했다. 숙제 한번 제대로 못 봐줘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