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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사태 미-러 대리전

Posted December. 03, 20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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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부정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당은 재선거 실시에는 합의했지만 선거 방식에 대한 이견을 여전히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미국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서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밤(현지시간) 모스크바를 긴급 방문한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대선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전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선에서 두 대통령이 지원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총리가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와 결선투표 형식의 재대결을 벌이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당장 재대결을 벌이면 야누코비치 총리가 부정선거 항의시위를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시킨 유셴코 후보에게 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면 재선거를 실시하면 야누코비치 총리 대신 다른 여권 후보를 내세우고 공산당과 사회당 등 야당 후보를 난립시켜 현재의 불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언제나 우크라이나 편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국이 안정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면서 적극 개입할 뜻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친서방 성향의 유셴코 후보가 집권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떤 선거든 자유로워야 하며 외국의 영향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서방측을 대표해 우크라이나 여야 간의 중재에 나선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도 두 후보간의 재대결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자유로운 선택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전면 재선거에 반대했다.

유셴코 후보도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빠른 시간 내에 양자 재대결을 희망했다. 그는 전면 재선거 실시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파탄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