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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육군총장 사표 부른 군인사 수사

Posted November. 25, 20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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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장성 진급비리 의혹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거대 육군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남 총장은 육군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청렴한 군인으로 알려진 그가 퇴진할 경우 전체 군 조직에 끼칠 부정적인 파장이 걱정된다.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안타깝다. 남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기 전 투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남 총장은 또 육군이 자료 협조를 거부했다는 군 검찰의 주장도 부인했다. 한마디로 익명()의 괴문서로 시작된 이번 일이 육군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은 과잉 조치였음을 자신의 사퇴로 주장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무리 없이 해결되도록 하려면 괴문서 내용의 진위()부터 파악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였다. 당장 육군에서는 괴문서의 지적 중 상당 부분이 오류라는 항변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집권측과 국방부는 본질은 제쳐둔 채 유례 없는 초강수로 육군을 압박했다. 당직 사퇴로 무마됐다고 하나 여당 의원도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으로 가세했다. 이러니 일각에서 정권의 군 길들이기라느니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군 관련 사안을 다루는 집권측의 자세가 문제다. 집권측은 7월 북방한계선(NLL)사태 당시 보고 누락이 문제가 됐을 때에도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 해군부터 질책해 파문을 확대했다. 집권측이 조직의 특수성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계속하는 한 군이 국방의 임무에 전념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를 하루속히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동요하는 군 조직을 바로 잡으려면 괴문서의 진위부터 밝혀 육군 인사비리의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 줘야 한다. 정권과 군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군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안보의 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