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학술행사에 참여하러 제주도를 다녀왔다. 마침 제주도에는 일본 간사이()지방에 거주하는 제주도민회 회원들의 고향 방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머문 호텔에도 200여명의 재일동포가 투숙해 로비나 엘리베이터에서 일본말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저녁 자리에서 특별법 문제가 화제가 되자 좌중에서 제주도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고 농담반 진담반의 말이 나왔다.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끊기게 생겼으니 제주도 관광 차원에서는 걱정거리라는 얘기다.
귀경해 9시 뉴스를 보니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시위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시위자들은 성매매 단속을 2007년까지 유예하라, 생계대책을 세우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기자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은 자신의 업()으로 가계를 꾸려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시위를 일상적으로 보고 다니지만 유별난 시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춘을 하는 여성이 대명천지에 자신을 그래, 나 매춘했다고 밝히는 점이 그렇고, 전국에 나가는 텔레비전 뉴스 카메라에 보란 듯이 나서는 모습이 그랬다.
인터넷에도 성매매특별법 관련 기사가 넘치고 있었다. 경찰 성매매 범죄 신고보상금 지급 성 매수 20대 홧김에 경찰 신고 주택가, 기숙사 파고드는 성매매 7일 전국 집창촌 대표 여의도 집회 계획 등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기사 리스트다.
개혁정치를 성공적으로 펼치려면 사회경제적 토대가 견실해야 한다. 특히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개혁정책을 펴기는 매우 어렵다. 추석 때 정치권에 전해진 민심에 따르면 민생경제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으며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도 형편없다. 참여정부는 취약해진 사회경제적 토대에서 혁신적인 개혁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혁정책은 대중적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하물며 민생경제가 허약해 민심이 고르지 못할 때는 개혁이 오히려 불만을 야기한다. 현재 참여정부가 처해 있는 딜레마다.
이 수 훈 객원논설위원경남대 교수국제정치경제 leesh@kyu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