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 유세장 분위기는 밝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연예인의 공연장 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청중의 표정도 밝고 재치 있는 구호가 적힌 모자와 의상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다양한 소도구를 가져오는 사람도 많아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한국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대통령후보의 자녀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7월 29일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후보를 소개한 사람은 그의 두 딸이었다.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이 어머니 로라 부시 여사를 소개했다. 이들은 부모와 가족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하고, 부모에 대한 애정과 가정의 화목을 과시했다. 이들은 아버지의 선거 유세에도 자주 동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젊은 유권자들이 모이는 행사에도 참가해 지지를 호소한다. 평소 언론 노출을 기피했던 부시 대통령의 딸들이 젊은 여성들이 많이 보는 잡지 보그와 인터뷰를 하고 화려한 패션을 선보인 것도 선거운동의 일환이다.
대통령후보의 자녀들이 선거전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선거전이 치열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들이 모두 20대와 30대 젊은 여성이어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법하다. 게다가 이들이 들려주는 부모와의 관계나 에피소드는 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채워 주고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아버지의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거나 선거캠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연설 내용이 별로였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는 있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의 자녀들은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한국의 전직 대통령 자녀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회적 금치산자가 된 경우가 많은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감옥에 있거나 이미 갔다 온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이 한둘이 아닌데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