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매는 빌려 쓴다. 국내에 활주로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상상도 못할 일. 그런 걸음마 한국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서 처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판 쿨러닝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강광배(30)와 이기로(28)가 짝을 이룬 강원도청 봅슬레이 팀이 8일부터 11일까지 네덜란드 그로링겐에서 열린 2004월드컵스타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 한국의 사상 첫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대회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집결해 기량을 겨루는 경연장. 2인승 썰매는 2300만원이나 하는 고가 장비이기도 하지만 있어봤자 활주로가 없는 국내에선 훈련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전지훈련이나 대회 때면 현지에서 임대해서 사용하는 게 우리 선수들의 현실. 그러니 원조 쿨러닝에 버금가는 한국판 쿨러닝의 쾌거를 이룬 셈이다.
쿨러닝은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화제를 모은 상하()의 나라 자메이카 4인승 봅슬레이 팀의 얘기를 94년 영화로 만든 것. 자메이카팀은 당시 최하위에 그쳤으나 이들의 스토리는 세계를 감동시켰다.
한국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봅슬레이에서 뜻밖의 성적을 낸 것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내다보고 국내에선 유일하게 봅슬레이, 스켈레톤 팀을 창단한 강원도청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
지난해 11월 동계 스포츠 팀을 창단한 강원도청은 스켈레톤 선수 출신인 강광배와 루지 선수 출신인 이기로를 영입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강광배는 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켈레톤에 출전했고 이기로는 나가노대회 루지 종목에 참가했다.
이기로와 강광배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출전한 스켈레톤에서도 4위와 6위의 좋은 성적을 냈다. 선수단은 오스트리아로 이동해 마무리 훈련을 한 뒤 19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