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추락하는 프랑스

Posted May. 26, 2004 22:17,   

ENGLISH

지진이다. 프랑스의 건축과 공학 능력, 그 수출전선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 재난은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에 대한 지진이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25일 루아시(샤를 드골 공항 소재지)의 지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23일 붕괴된 드골공항 여객터미널의 지붕과 함께 선진국 프랑스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다. 기자가 만난 프랑스 언론인들은 지난해 여름의 악몽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서유럽을 덮친 폭염에 유독 프랑스에서만 1만5000명이나 되는 노약자가 희생됐다.

최근 몇 해 프랑스에 내우와 외환이 겹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극우파 장 마리 르펜이 2위를 차지해 자유, 평등, 박애 국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더니, 지난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반대를 주도한 이후 국제무대에서는 왕따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초 유럽연합(EU) 확대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중부와 동부 유럽 국가들이 대거 EU에 들어오면서 유럽에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영어 배우기 열풍이, 지식인 사회에서는 프랑스 몰락론()이 번지고 있다. 파리의 거리와 지하철 광고판에는 영어강좌 안내가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파리 구청별로 실시하는 영어강좌는 프랑스 직장인과 학생들로 연일 만원이다. 추락하는 프랑스(La France qui tombe) 등 프랑스 몰락을 경고하는 책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르몽드는 지난해 프랑스 몰락 논쟁을 연재하기도 했다.

추락하는 프랑스가 진단하는 몰락의 원인은 이렇다. 프랑스는 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이 비대하고 국가기능이 강조된 사회국가주의체제다. 이런 시스템이 국가적 비능률과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프랑스 몰락론은 현실이 되기보다는 한때 지식인사회를 풍미했던 이론의 하나로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보다 국가기능을 앞세우면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경고만은 새겨둘 만할 것 같다.



박제균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