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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동영 의장 발언에 주목 한다

Posted April. 18, 200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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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제 개혁에도 순서가 있다고 말했다. 부딪쳐서 소리가 나는 것보다 국민이나 여야간 공감대가 있는 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수순에 맞다는 것이다. 옳은 얘기다. 이번 총선 민의()가 상생()의 정치라는 점에서도 정 의장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개혁 우선순위를 놓고 벌써부터 계파간 이견 노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개혁세력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의미를 고려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개혁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 의장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반의석의 힘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노선싸움이나 한다면 민심의 지지는 언제든 원성()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회의 모순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혁 추진세력뿐만 아니라 반대세력의 뜻까지 헤아려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개혁의 독주()는 나라와 사회를 새롭게 하기는커녕 분열만 재촉할 수 있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의 틀에서 벗어나는 개혁은 용납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정권 1년은 나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개혁 독선에 빠져 국민통합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총선 승리에 따른 수적 우위만 믿고 일방적 개혁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상생 정치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의 발언은 이 같은 개혁 독주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민은 개혁은 그 방법론적 측면에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는 정 의장의 발언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