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카오치캉이 친 타구가 3루 앞에서 원바운드 크게 튀어올랐다. 인조잔디여서 바운드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약간 수비위치가 앞이었던 3루수 정성훈(현대)은 힘껏 글러브를 뻗었지만 잡을 수 없는 공.
연장 10회말의 접전을 마감하는 끝내기 타구였다. 대만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그라운드로 뛰쳐나갔고 한국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믿기 힘든 역전패. 5일 일본 삿포로돔구장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대만에 4-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경기인 중국과 일본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최강전력을 자랑하는 일본은 이기기 벅찬 상대이기 때문에 대만전 패배는 치명적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격. 경기 전 주성노(인하대 감독), 천보성(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 대만 전력분석팀은 한결같이 이종범 김종국(이상 기아) 등 발빠른 선수들의 기동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내야수비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때문.
한국은 초반부터 이같은 대만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회 이종범의 기습도루로 대만을 뒤흔드는데 성공했고 이승엽(삼성)과 장성호(기아)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얻어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후 도루를 남발해 경기흐름을 스스로 끊었고 어이없는 주루사까지 겹쳐 경기를 망쳤다. 3회 박한이(삼성), 6회 박재홍(기아), 7회 이종범 등 한국은 고비마다 도루를 실패해 추가점을 뽑을 기회를 놓쳤다. 9회 2사 1루에서 좌익선상 2루타로 1타점짜리 적시타를 친 이종범은 2루에서 3루로 가다 비명횡사하기도 했다.
김재박감독은 4-2로 앞선 9회 무사 1,2루에서 4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중간계투 임창용(삼성)을 3일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조웅천(SK)으로 교체해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웅천은 1과 3분의2이닝 동안 4안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