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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일가족 3명 동해로 귀순

Posted April. 06, 200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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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일가족 3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안으로 귀순했다.

6일 오전 4시15분경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 2마일 해상에서 선명이 없는 목선(일명 전마선)이 정치망에 묶여 있는 것을 고기잡이 나가던 어성호(4.5t급) 선장 진철수씨(47주문진읍 주문12리 8반)가 발견, 속초해경에 신고했다.

길이 5m, 폭 1.7m에 6.5마력의 경운기 엔진이 부착된 이 0.5t짜리 목선에는 북한 주민 김정길씨(46양봉업함경남도 이원군 나흥구)와 동생 정훈씨(40노동자이원군 나흥구 포진), 김씨의 아들 광혁씨(20무직)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관계자에게 북한에서 왔다. 다시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동해안으로 귀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순 과정=해경에 따르면 김씨 등은 2일 오후 6시 목선을 타고 함남 이원군 나흥구를 출발, 공해상을 거쳐 나흘째인 5일 오후 10시 주문진항 앞바다 2마일 지점에 도착했다. 이들은 곧바로 육지 쪽으로 접근하지 않고 이곳 정치망에 배를 묶은 뒤 귀순 신호를 보내며 대기했다. 이들은 발견 당시 추위를 견디기 위해 흰 소금포대를 둘러쓰고 있었다.

양봉업을 해온 김씨는 당이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세 생일을 맞아 꿀 6t을 채집하라고 내린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교도소에 갔다며 체포 당시 구타당한 상처가 깊어져 지난해 7월 병보석으로 출소한 뒤부터 탈출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게를 잡으러 간다며 선박을 마련한 뒤 쌀 14, 과자 2봉지, 사과 15개, 경유 70, 식수 25L 등을 준비해 동해안 나흥구 초소를 탈출했다.

문제점=군경은 이들이 공해를 거쳐 동해안 앞바다에서 하루를 기다리는 동안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이 목선은 5일 오후 10시 주문진항 앞 2마일 해상에서 귀순을 알리기 위해 불을 지폈으나 다음날 새벽까지 군경은 이 이상현상을 전혀 알지 못했다. 군경은 이 불빛을 조업 나간 청어잡이 배의 불빛으로 오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괴선박의 해안 접근을 어민들이 발견해냄으로써 군경의 고성강릉간 바다와 해안경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인수 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