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파동에 휘말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검찰청 청사는 7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이날의 날씨처럼 줄곧 어두운 분위기였다.
검사들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김각영() 검찰총장과 강금실() 법무장관의 회동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의견 접근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자 허탈감과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지검의 한 소장 검사는 이제 지휘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의 의견을 무시한 인사는 검찰에 정치적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이날 강 장관에게 인사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했다. 김 총장이 6일 강 장관에게 전달한 건의문에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공정한 인사와 신분 보장이 바탕이 돼야 하며, 이런 절차가 무시된 이번 인사안은 다시 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장관의 생각은 달랐다. 강 장관은 김 총장을 만난 직후 법무부 이춘성() 공보관을 통해 총장이 나름대로 의견을 개진했지만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총장과 8일 다시 만나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반걸음 물러섰지만, 인사 원칙을 지킨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검찰에서는 하루종일 끝을 모르는 회의가 계속됐다. 김 총장은 오전 10시반 경 김학재() 대검 차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과 집무실에서 40여분간 대책을 논의했다. 총장실을 나선 고위 간부들은 다시 차장실에서 회의를 계속했다.
서울지검 부장 및 부부장 검사들도 오후 내내 머리를 맞댔다. 서울지검 24개 부서의 수석검사들은 오찬 회동을 갖고 오후 2시 평검사 회의를 소집, 청사 15층 대강당에서 회의를 했다.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평검사들도 서울지검 동료 검사들에게 전화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계속된 각종 회의의 화두()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었다. 이 와중에 검찰 반발에 대한 청와대의 징계 방침이 전해지자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어떤 식으로든 의견 표출은 불가피하지만 그 형식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검찰 장악 의도이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강경론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참여연대 등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도 공정한 검찰 인사가 정착될 때까지 과도기적인 변화는 그동안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검찰이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종찬() 서울고검장과 김승규() 부산고검장, 한부환() 법무연수원장 등 고검장 3명은 이날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이들은 오늘날의 사태에 한없는 자괴감을 느낀다면서도 민주 정부가 검찰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