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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정상회담 망칠라

Posted September. 05, 2002 22:16,   

17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4일 오후 동해상에 나타난 괴선박이 일본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일단 괴선박이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채 공해상으로 빠져나가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괴선박에 한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지난해 말 동중국해에 침몰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처리를 고심하던 중 또다시 괴선박이 나타남으로써 북-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괴선박 사건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국내여론을 의식, 북-일정상회담에서 이를 거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 일본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일본 방위청은 4일 미군으로부터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400 떨어진 동해상에 괴선박이 나타났다는 정보를 받고 해상자위대 초계기 등을 출동시켜 괴선박을 추격했다.

그러나 괴선박을 확인했다는 공식발표가 나오기까지 5시간 이상이 걸렸다.

방위청 발표에 따르면 처음 괴선박을 발견한 지점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곳.

총리관저에서는 발견지점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괴선박이 EEZ 밖으로 나가길 기다렸다가 발표했다는 설도 있다.

또 초계기 출동 직후에는 한때 경찰이 오징어잡이배였다고 밝혔으나 다시 방위청이 정체불명의 괴선박이지만 발견지점이 EEZ 밖인 공해상이고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 흔적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해 사태를 마무리했다. 총리관저에서는 괴선박을 뒤쫓는 방위청에 너무 바짝 추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번에 발견된 괴선박은 지난해 말 침몰한 괴선박과 선체의 형태나 크기가 비슷하고 괴전파가 포착된 점, 북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배의 모양은 북한 소유 선박과 비슷하다는 보고도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확인을 회피했다.



이영이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