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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속정은 인양됐지만

Posted August. 21, 2002 22:56,   

북한의 서해도발로 침몰했던 해군 고속정이 53일 만에 인양됐다. 교전상황을 명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귀중한 물증을 확보했으니 면밀한 분석을 통해 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많은 특수장비와 인원을 동원해 수심 20m가 넘는 바다에서 선박을 인양하는 작업을 한 것도 우리 군에는 소중한 경험이다.

고속정 인양이 이처럼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서해교전 사태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사과가 미흡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군사 당국간 회담을 열어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북한은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전사태를 덮는다면 무엇보다 해군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이 빛을 잃게 된다. 또다시 남북간에 충돌이 벌어질 여지를 남긴다면 우리 스스로 장병들이 흘린 피를 홀대하는 것이다. 교전 사태 이후 정부대응을 놓고 분열된 국론을 봉합할 기회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일부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해에서 우리 군이 장기간 대대적인 인양작업을 하는 동안 북한이 방해를 하지 않은 것이나, 북한이 탈북 어선 기관장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배를 타고 남측에 간 사람들이라는 표현으로 북한 주민의 귀순 사실을 인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교전사태가 매듭지어지려면 북한이 본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바로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는 것이다. 북한이 분명하게 말을 하면 남북대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확산될 것이다. 마침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어제 북한이 평화를 선택한다면 획기적인 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요지의 대북정책을 밝혔다. 그들의 행동여하에 따라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교전사태의 완전한 해결과 남북관계의 확실한 진전은 북한이 하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