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고교 3학년 J군(18종로구 평창동)은 지난해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다. 수학와 과학를 공부하기가 힘들고 열심히 공부해도 문과보다 수능 점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K고교 3학년 15개 반 가운데 이과반은 5개뿐이다. 1020년 전 남자 고교의 이과 대 문과 비율이 8대 2 정도였던 데 비해 완전히 역전되었다.
인천 주안공단의 D사. 국내 자동차 알루미늄 휠의 40%를 만드는 업체이지만 전문기술인력을 구할 수 없다. 주조 설계 전문가를 뽑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집공고를 내고 관련 단체에 알아보는 등 백방으로 뛰었지만 구하지 못했다. 이 회사 연구개발부장 K씨는 고온에서 금형을 주조하는 3D업체라는 이미지 때문이라며 모집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고 왔다가도 금세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인력이 모자라 기술 한국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열을 지망하는 학생이 갈수록 줄고 산업현장에서는 전문기술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회사와 공장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옮기고 우수한 연구인력은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한국이 산업공동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입 수능에서 자연계 지망 비중은 95년 43%에서 2002학년도에는 27%로 7년간 16%포인트 줄었다. 반면 인문계 지망 비중은 48%에서 56%로 증가했고 예체능계는 9%에서 17%로 갑절가량 늘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젊은이들이 어렵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연예계나 스포츠계로만 나가려고 한다면서 한국 경제를 이만큼 키운 것은 기술력이었는데 앞으로 510년 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뿌리깊은 사농공상() 의식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 사회 지도층에 진출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 중앙인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중앙 부처 공무원 중 기술직은 20.8%에 불과하다. 3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술직은 6.9%로 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