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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감기와 냉방병

Posted July. 08, 2001 20:29,   

여름감기와 냉방병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렸나?

일주일째 두통과 고열 증세를 겪고 있는 회사원 이모씨(35)는 요즘 에어컨이 원망스럽다. 더위라면 질색인 이씨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에어컨을 항상 최대한 틀어놓고 지낼 만큼 에어컨 예찬론자.

그러나 며칠째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자 에어컨을 튼 채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고열과 근육통 등의 증세가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냉방병.

연일 기승을 부리는 찜통 더위 때문에 에어컨 등을 남용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냉방병은 일단 걸리면 쉽게 낫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여름 감기는 견공()도 안 걸린다?냉방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더 잘 걸린다. 냉방 인두염으로 불리는 여름 감기는 냉방병의 전조.

초기에는 두통과 발열 증세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져 목 주변의 점막이 붓고 근육통 등이 동반된다.

더운 여름철 바깥보다 온도가 5도 이상 낮은 곳에서 2시간 이상 지낼 경우 주의하는 것이 좋다. 항생제나 해열제로 증세를 가라앉히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

냉방병의 원인과 증세실내외의 심한 기온 차이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안팎의 온도차가 58도 이상인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고장나기 쉽다. 생체 리듬이 깨어지면서 혈관의 급속한 수축으로 뇌와 위장 등 주요 기관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

증세는 매우 다양하다. 대다수의 환자는 호흡기 이상을 호소한다. 에어컨 등 냉방 장치는 공기 중의 수분을 냉각시켜 실내 온도를 내리기 때문에 1시간 이상 연속 가동할 경우 실내 습도는 3040%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이 밖에 두통과 어지럼증 전신 무력감과 피로 관절 및 근육통 소화불량과 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직장 여성들은 특히 주의할 것. 여성이 생리적으로 추위에 민감한데다 여름철엔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에어컨 바람을 맞기 때문에 더 잘 걸릴 수 있다. 여성들은 생리 불순과 정서 장애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또 노인의 경우 안면 신경마비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서운 레지오넬라증생명에 치명적인 냉방병 중 하나. 주로 호텔과 백화점 등 대형 건물의 중앙집중식 냉방 장치에 사용되는 불결한 냉각수에서 번식한 레지오넬라균이 에어컨을 통해 건물 내부로 뿜어져 나와 전파된다.

공기나 물방울 속에 섞인 균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212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기침과 고열 근육통의 증세가 나타나고 폐렴 등의 합병증까지 생긴다. 급속히 악화되면 심부전, 의식 불명 등이 유발돼 숨지기도 한다. 적어도 2주에 한 차례씩 에어컨 필터를 전용 세제로 씻어주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 가정용 에어컨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방과 치료냉방시 실내 온도는 25도 내외로 유지하고 냉방 중 1시간마다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에어컨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가습기를 함께 사용해 5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루종일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 일할 경우 겉옷이나 무릎을 덮는 얇은 담요 등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 카페인이 많이 든 커피나 청량음료 대신 따뜻한 물이나 차를 수시로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이 많이 든 과일을 자주 먹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노력도 잊지 말것.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교수)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