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신승남()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했다.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으로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43시간 만에 교체된 데다 그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는 어제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 26일 취임한 신 총장 체제를 정비했다.
신임 검찰총장은 그의 임기 중에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의 대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초 호남출신인 그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하면서 지역편중 시비를 막기 위해 법무장관을 바꾸는 무리한 인사를 했고 이것이 결국 충성문건 파문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신 총장 체제의 검찰에 더욱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통령은 26일 신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은 정치나 다른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고 외부에서 검찰권을 악용해서도 안된다며 검찰의 엄정중립을 강조했다. 신 총장도 바른 검찰, 떳떳한 검찰을 다짐했다고 한다.
신 총장이 다짐한 바른 검찰의 과제 역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인사가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제 단행된 검찰간부 인사에서 호남편중이 더욱 심화됐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중수부장에 비호남 출신을 기용하는 등 지역안배에 고심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호남출신의 전진배치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사실 국정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그리고 검찰총장까지 사정라인의 요직은 호남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핵심요직인 서울지검장과 대검 공안부장을 호남출신이 차지했고 검사장 승진자 6명 가운데 호남출신이 절반이다. 우선 검찰내부에서 공정한 인사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어제 신임 검찰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새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촉구한 것도 신 총장 체제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대변한 것이라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검찰은 언제나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검찰의 치욕으로 기록된 옷로비 사건 수사, 검찰 내부에서도 큰 공감을 얻었던 심재륜() 이종왕() 검사 파동 등이 역설적으로 검찰이 나아갈 길을 말해준다. 바른 검찰은 말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