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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50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올 게 왔다

WB ‘50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올 게 왔다

Posted June. 09, 2022 08:18,   

Updated June. 09, 202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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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은행(World Bank)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했던 50년 전 오일쇼크 때와 유사한 충격으로 올해 세계 경제는 1월 전망치의 절반수준인 2.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7%로 0.3%포인트 낮추고, 물가 전망은 4.8%로 2.7%포인트 높였다. ‘S의 공포’가 나라 안팎에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른 방아쇠가 됐다고 봤다. 미·중 신냉전과 코로나19로 교란된 글로벌 공급망이 이 전쟁으로 더 망가지면서 오일쇼크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건 저성장, 고물가 흐름이 짧아도 2024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우리는 거시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 40년 만에 최고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했다.

 이번 위기는 전 세계에 동시에 닥쳤다는 점에서 이전 위기들보다 위협적이다. 특정 경제블록에서 발생했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 경제가 온전한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려 단기간에 위기를 넘어섰다. 이번엔 선진국, 신흥국 구별 없이 위기가 찾아왔고, 원유·원자재·농산물 값이 수출품 가격보다 훨씬 더 올라 과거의 위기극복 공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또 과거엔 튼튼한 재정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고, 재정지출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지금은 이 카드도 쓰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허리케인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나중에 위기에서 먼저 탈출하려면 경제 복원력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을 괴롭히는 모래주머니를 떼어내 초격차 기술 투자, 고용확대를 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법인세, 소득세 등 세금감면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면서 기업과 가계의 실질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도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특히 중요한 게 노사간 협력과 신뢰의 회복이다. 인플레를 이유로 근로자가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해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기업이 임금상승 부담을 제품·서비스 가격에 전가한다면 소비와 일자리가 위축되면서 노사 모두 지는 게임일 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 노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했던 노사정대타협과 같은 노력이 다시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