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서울의 휴일, 광화문광장을 거닐며

[사설] 서울의 휴일, 광화문광장을 거닐며

Posted August. 03, 2009 09:03,   

ENGLISH

어제 광화문광장은 하루 내내 들뜬 분위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신기한 듯 광장을 둘러보며 환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이순신 동상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에 옷을 입은 채 뛰어들며 더위를 식혔다. 지하철 5호선에서 내려 바로 광장에 진입할 수 있게 연결 통로가 만들어졌다. 북쪽 끝은 현재 복원 공사 중인 광화문과 이어져 있다. 그 뒤편으로는 서울 성곽의 주산()인 북악산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광화문광장이 그제 문을 열었다. 광화문 일대는 조선시대 이후 우리 역사와 정치에서 심장부 역할을 해 왔다. 광화문은 서울의 정궁()인 경복궁의 남문으로, 광화문 앞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면 양쪽으로 관청을 거느리고 있었다. 육조() 거리로 불렸던 곳이다. 지난 600년 동안 정치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곳이 시민이 자유롭게 거닐고 휴식을 취하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이 곳의 역사성을 부각시키는 설계를 택했다. 기존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을 배치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두 인물을 같이 모신 광장으로 만들었다. 광화문이라는 명칭은 세종대왕 시절인 1425년 붙여졌다. 원래는 사정문()으로 불렸으나 왕의 큰 덕이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의 광화문으로 바꿨다. 세종대왕 동상은 광장의 의미를 빛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장 첫날 프랑스 파리의 상젤리제처럼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국가 상징 가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보완도 필요하다. 광장 조성을 위해 세종로의 16개 차로가 10개 차로로 축소되면서 지난 주말 주변 도로에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시설로 가림막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으나 더위를 피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광장이 정치세력의 시위 장소로 변질돼선 결코 안 된다. 주변에 정부기관과 주한미국대사관이 있고 청와대는 서울광장보다 가깝다. 서울시는 이 곳에 정치적 집회를 허가해 주지 않기로 했다. 관련 조례에서 집회허가 기준을 서울광장보다 훨씬 까다롭게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문화행사를 빙자해 정치적 집회를 반복한 일부 세력의 침탈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광화문광장이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려면 시민의 휴식과 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작년 5월 이후 석 달 동안 서울 도심을 점령했던 촛불시위 세력에 광장을 하나 더 만들어준 꼴이라면 차라리 차도로 그냥 놓아두는 것만도 못하다. 이젠 불법 시위와 정치에 오염되지 않는 시민 광장 평화 광장의 전통을 국민 뜻으로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