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는 두 신임 원내대표간의 먼 거리를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요 현안을 놓고 두 사람의 견해는 180도 달랐다. 해법 역시 절충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두 사람은 토론의 모두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정치보복 공방=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안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짜맞추기 수사라고 공격했다. 안 원내대표는 박연차 사건은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첩보가 있어 내사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 때 국세청이 고발했다면서 검찰이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이 터져 (수사)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몇 번 말하지 않았느냐.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서거를) 너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지난 해 7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한 데서 시작했다며 한 전 청장은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그 보고자료가 검찰에 넘어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종착역으로 설정해 놓고 중계방송 수사, 먼지털이 수사를 했다면서 정치보복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6월 임시국회 개회=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등원을 촉구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등원의 전제조건을 달았다. 안 원내대표는 국회로 돌아오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며 국정조사와 특검, 검찰개혁특위 등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 국회를 열고 토론을 통해 필요하면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 들어오라는 말은 다수결로 하자는 말이라며 (노 전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책임 있는 답변이 나와야 산적한 민생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디어관계법 처리 논란=안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와 관련한 합의 내용을 지키라고 촉구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관계)법을 안 하는 게 민심이다고 맞받았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구에 따라 민심을 듣기 위해 자문기구를 만들어 토론했고 (활동)기간도 열흘을 연장해 민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서 미디어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등 MB악법은 잘못된 국정운영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론수렴) 단계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표결처리하자는 것은 한나라당의 속마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여론조사에 따라 법을 만들면 국회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박했다.
비정규직법 문제=안 원내대표는 회사가 살아야 비정규직도 일할 데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적용 시기 유예를 주장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해법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했다.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놔두면 (비정규직을) 해고시킬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정부가 돈이 있어 다 지원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적용시기를 유예해 해고 대란을 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4대 강 사업에 무려 23조 원을 들인다는데 토목공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1조2000억 원이면 매년 2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맞섰다.
남북관계 해법=안 원내대표는 (북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이 끊기니 일시적으로 대북 통로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햇볕정책처럼 (뭔가를 계속)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핵을 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퍼주기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초래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615선언과 104합의를 인정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며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이라는 919공동성명의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배경과 시기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안 원내대표는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되 경제 위기가 극복되면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으나 이 원내대표는 서거 정국에 대한 면피용으로 제기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목희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박성원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정성근 SBS 논설위원, 박창식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류현성 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