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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직가장들의 분노 키우는 물어뜯기 대선판

[사설] 무직가장들의 분노 키우는 물어뜯기 대선판

Posted November. 29, 200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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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마포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40대 가장()이 아홉 살짜리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잠에서 깬 부인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된 끔찍한 일이 있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명예퇴직한 뒤 사업에 손댔다가 빚만 안게 되고, 재취업에도 실패한 가장의 실직()이 부른 참극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현재 가장의 직업이 없는 가정이 255만6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16%로 여섯 집 가운데 한 집 꼴이다. 무직 가장을 통계로 잡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매분기 안타까운 기록 갱신을 하고 있다. 가장이 일없이 놀고 있는 가구는 지난 1년 사이에만도 18만 가구가 증가했다. 겨울 문턱의 길거리에서 동사한 가장들의 생계형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가장이 무직이더라도 연금을 받거나, 배우자나 자녀들이 돈벌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마당에 가족들이라고 쉬울 리 없다. 여성 가구주의 경우 3분의 2는 직업이 없거나, 있더라도 불안정한 임시직 일용직 등이 대부분이다.

취업난이 심각하기는 젊은이들이 더하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5명이 비정규직이거나 무직이다. 4년제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48.7%에 그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못 구하는 대졸 청년들의 실상이 88만원 세대라는 말까지 낳았다.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가장과 청년들이 무엇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는가.

민생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의 문턱에 와있다며,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의 속이나 긁고 있다. 현 정부는 그렇다 치고,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차기 정부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할 텐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선 판은 오히려 무직자들의 분노를 키우는 형국이다. 각 후보 진영은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지, 구체적인 정책대결로 날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에 투표일을 불과 20일 앞둔 지금까지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전()에 매달리고 있다. 김호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은 어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비방이다. 젊은 학생이라면 일자리 만들 방법이 뭐냐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