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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침략 사죄드립니다

Posted April. 14, 20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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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출연진은 물론 제작 스태프도 모두 일본인이다. 하지만 극중 배역의 절반은 한국인으로 설정돼 있다. 이 색다른 작품은 일본의 명문극단 와라비좌()가 5월 8,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제비(일본어 제목 쓰바메).

제비는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선과 일본에 각각 남편을 두게 된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과 양국 국민간의 화해를 다룬 작품. 과거의 침략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을 담은 뮤지컬로 흥겨운 사물놀이 연주와 진도아리랑 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주인공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 땅에 끌려와 무사의 처가 된 조선 여인 춘연(). 그런데 싸움터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 이경식이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일본에 오면서 둘은 뜻밖의 해후를 한다. 이경식은 조국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감싸준 미즈시마와 젖먹이 아들의 존재는 춘연의 발길을 잡는다.

2002년 8월 초연된 뒤 일본 전역에서 300차례 이상 공연돼 약 20만명이 관람한 뮤지컬이다. 400여년 전의 시대를 무대로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애절하게 묘사하면서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를 재현한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배우들은 한국인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어 교습을 받았고 전통춤과 음악, 사물놀이도 배웠다. 또 공연에 나오는 춤과 국악 연주도 전문가 고증을 거쳤다. 배우들은 양국의 전통 춤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아주 달라 춤을 익히는 데 큰 애를 먹었다. 춘연 역의 쓰바키 지요(34)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주인공이 춤을 추면서 아이고, 아이고 하는 대목에서는 절로 눈물이 났다며 말은 달라도 감정은 같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와라비좌는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내한공연을 했지만 일본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제임스 미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무()로 한반도를 짓밟았음에도 조선이 조선통신사를 보내 문()으로 이를 갚은 것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음미할 가치가 있는 정신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두 나라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다. 국립극장은 한국판 뮤지컬 제비를 제작해 내년 한일 국교수립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도쿄()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시간은 5월 8일 오후 3시 7시반, 9일 오후 3시. 서울 공연이 끝난 뒤 1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14일 부산 시민회관을 찾아간다. 1만5만원. 1588-1555

1951년 일본에서도 변방으로 알려진 혼슈() 동북부 아키타()현에서 창단됐다. 지방 극단으로 출발했지만 매년 전국 순회공연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명문 극단의 반열에 올랐다.

아울러 이 극단은 연극 관람에 관광, 레저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켜 주목받았다. 아키타현에 자리 잡은 700석 규모의 전용극장 옆에 온천욕이 가능한 호텔과 레스토랑, 맥주공장, 공예전시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은 중고교의 수학여행 코스로 자리 잡아 매년 50만명이 찾고 있다. 고레나가 미키오() 공연영업부장은 관람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극단을 안정적으로 꾸리기 힘들다고 판단해 부대사업과 연계하는 데 눈을 돌렸다며 한국 극단도 참고할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