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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이 난소암 막는다

Posted September. 14, 200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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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정액 속에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성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여성일수록 난소암에 많이 걸리고 성경험이 많은 여성일수록 적게 걸리는 이유가 정액 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난소암 치료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배석년() 교수와 박래옥() 연구원은 정액에서 정자를 제거한 뒤 광물질인 아연 등 세 가지 성분을 뽑아 농축해 실험한 결과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14일 밝혔다.

배 교수팀에 따르면 시자르(Cizar)로 이름 붙여진 이 물질을 상피성 난소암 세포와 정상 난소상피 세포에 각각 넣어 48시간 동안 실험한 결과 난소암 세포는 81% 이상 죽은 반면 정상 세포는 37% 정도만 죽었다는 것.

그동안 정액이 유방암을 억제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있지만 난소암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치료가 잘 안되는 난소암은 선진국에서 여성암 중 1, 2위를 다투어 선진국형 암으로 알려져 왔지만 근래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1721일 미국 보스턴에서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국립암협회(NCI), 암연구와 치료를 위한 유럽인 기구(EORTC) 등 3개 기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 암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배 교수는 시자르는 난소암 세포에서 종양억제유전자를 증가시키며 암세포가 스스로 죽는 세포 자살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시자르의 성분 중 아연은 현재 미국에서 백혈병에 대한 항암제 보조요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립샘암이나 직장암 치료에도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