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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4년뒤 도쿄올림픽서 ‘4연패 조준’

진종오, 4년뒤 도쿄올림픽서 ‘4연패 조준’

Posted August. 12, 2016 07:25,   

Updated August. 12, 201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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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37·kt).

 그의 지론 중 하나는 사격은 ‘한 방’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격은 한 방씩 쏘는 종목이다. 수십 발을 쏘지만 한 방 한 방이 모두 소중하다. 승부는 결정적인 한 방에서 갈린다”고 했다.

 네 차례의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6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2개)을 딴 진종오인 만큼 결정적인 ‘한 방’도 많았다. 그런데 시기별로 ‘한 방’이 갖는 의미는 달랐다.

○ 신의 ‘한 방’

 6.6점.

 어처구니없는 점수였다. 스스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른 첫 올림픽이기에 더 치명적이었다. 11일 리우 올림픽 남자 권총 50m 결선 9번째 발에서 나온 6.6점은 보통 선수라면 회복이 불가능한 점수였다.

 하지만 진종오는 달랐다. 7위까지 내려간 뒤 거짓말처럼 치고 올라갔다. 경기 후 그는 “6.6점을 쏜 그 격발은 내 정신을 깨워준 인생의 한 발이었던 것 같다. 그 점수를 확인한 뒤 후회 없는 올림픽을 하고 싶어 이를 악물고 더 집중했다”고 했다.

 11, 12번째에서 각각 10.4점, 10.3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14번째에는 만점(10.9점)에 가까운 10.7점을 명중했다. 상대 선수들이 제풀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번째 발에 진종오가 10.0점을 쏠 때 처음부터 줄곧 선두를 지키던 호앙쑤언빈(베트남)은 8.5점에 그쳤다. 진종오의 대역전. 마지막 한 발 때 진종오는 9.3점을 기록했지만 호앙쑤언빈은 8.2점으로 더 무너졌다. 진종오는 올림픽 기록(193.7점)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의 오랜 스승인 김선일 대만 대표팀 감독은 “(진)종오는 인간이 아니라 ‘사격의 신’으로 봐야 한다. 진종오의 이날 금메달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싶어도 설명할 길이 없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최고 인간의 ‘한 방’

 진종오의 ‘한 방’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찍었던 것은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등 2관왕에 올랐던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특히 10m 공기권총 마지막 발은 역사에 남을 만한 ‘한 방’이었다. 본선 1위(588점)로 결선에 오른 그는 결선 초반 5발까지 연속 10점대를 쏘며 순항했다. 그런데 6발째에 9.3점을 쏘더니 9발째까지 4발 연속 9점대를 쐈다. 마지막 10번째 발을 앞두고는 2위 루카 테스코니(이탈리아)에 1.3점 차로 쫓겼다. 그런데 조용히 숨을 고른 진종오는 마지막 10발째에서 만점(10.9점)에 가까운 10.8점을 쏜 뒤 두 주먹을 치켜들었다.

 남자 50m 권총은 더욱 극적이었다. 본선 5위로 결선에 오른 그는 1위 최영래에 7점이나 뒤져 있었다. 10발을 쏘는 결선에서 7점 차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점수 차를 줄여나가더니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는 1.6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먼저 격발한 최영래의 점수는 8.1점.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나온 실수였다. 오랜 시간 조준을 한 진종오는 10.2점을 쏴 승부를 뒤집었다.

○ 인간의 ‘한 방’

 반대로 리우 올림픽 전까지 ‘한 방’이 아쉬웠던 대회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남자 권총 50m를 1위로 통과한 진종오는 결선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7번째 격발에서 6.9점을 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허탈하게 역전을 허용한 그는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진종오는 4년 뒤인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권총 50m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때도 인간적인 실수가 있었다. 진종오는 결선 9발째까지 2위 탄쭝량(중국)에게 1.9점 차로 앞서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마지막 한 발에서 8.2점을 쏘고 말았다. 역전을 당할 위기였지만 천만다행으로 탄쭝량도 9.2점에 그치는 바람에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