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휴전 하루 만인 8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등 주요 쟁점에서 적지 않은 이견을 표출하며 ‘위태로운 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휴전 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하는 동시에, 해협에 깔아놓은 기뢰를 이유로 대체 항로를 제시했다. 사실상 자국 통제하에 제한적 통행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우리의 조건(휴전)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기 앞서 각자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자칫 휴전 결렬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란의 하루 된 휴전이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또 위태로운 휴전(shaky truce)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휴전 뒤 양국은 원유 등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둘러싸고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휴전 후에도 계속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문제 삼아 해협을 통한 모든 선박 통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루에만 최소 112명이 사망했고 837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또 이란은 호르무즈 통과 선박 수를 하루에 12척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또 자국이나 우호국 선박에는 무료 혹은 낮은 비용을 부과하되,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의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구축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란이 대체 항로 지정과 사전 승인 등에 나선 건 향후 통행료 부과와 선박 선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 호르무즈를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인근에 배치돼 있는 미군 함정, 항공기, 무기체계 등이 “진정한 합의에 도달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그대로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 열리는 이란과의 협상에 참여할 예정인 밴스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다시 전쟁으로 돌아갈 선택지도 있다”며 이란을 압박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휴전 기간 레바논 공습을 자제하겠다는 의향을 미국에 전달한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대통령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아직은 (미-이란 휴전)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고 순조롭게 협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전쟁의 충격이 상당 기간 계속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