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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직무급제 정착 없인 ‘그림의 떡’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직무급제 정착 없인 ‘그림의 떡’

Posted August. 18, 2025 08:12   

Updated August. 18, 2025 08:12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연내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현재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에만 명시돼 있는데, 이를 근로기준법으로 확대해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 근로자 간의 차별을 없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로 심각한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정규직의 54% 수준으로,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7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규·비정규직, 대·중소기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이동조차 쉽지 않아 청년층은 갈 만한 직장이 없다고 구직난을 호소하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구인난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생산성을 갉아먹는 이중구조를 타파하려면 동일노동 간 처우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일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워 원칙을 강제하면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대규모 실태 조사를 통해 직무·직급·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 정보를 국가통계로 제공해 객관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투른 임금 정보 공개가 노사 갈등은 물론이고 노노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동일노동을 평가하려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전환이 필수적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직무급 도입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가 어렵다”고 했다. 업무 성격과 중요도, 난도 등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선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관행이 너무도 견고하다.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 중 63%가 여전히 호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직무급제 도입을 꺼내들었지만 대기업 노조의 강경한 반대와 뿌리 깊은 연공서열 문화, 획일적 고용 관행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한 번 입사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나이가 벼슬’인 한국식 연공서열제 임금 시스템을 깨지 않는 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