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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기류 세계 경제에 찬물

Posted August. 23, 20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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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로 촉발된 미국-러시아 간 신()냉전 기류가 국제유가 불안을 재연시키는 등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국제정세 불안이 미국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금값 등 상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외국인투자가의 엑소더스(이탈 현상)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62달러(4.9%) 급등한 122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약 3주 만의 최고치.

최근 110달러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이날 반등한 것은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진영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MD) 기지 구축을 위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10기를 폴란드에 배치키로 하자 러시아는 외교적 수단 이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그루지야의 주요 석유 수출항을 봉쇄하고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 그루지야는 카스피 해 원유의 지중해 수출용 송유관이 지나가는 요충지다.

또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국가 원유 소비량의 4분의 1,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 삼아 공급을 중단할 경우 유가 불안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에너지 전문업체인 라이언 오일 앤드 가스 파트너스의 닐 라이언 이사는 유가 안정의 요인은 사라지고 시장이 다시 공급 불안과 지정학적 불안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화 가치도 떨어졌다.

이날 오후 4시 38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52센트(1.03%) 급등(달러 가치 하락)한 1.4900달러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1.38엔(1.26%) 급락(엔화 가치 상승)한 108.47엔이었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상품시장을 또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달러화 급락 여파로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주요 상품가격 벤치마크지수인 로이터-제프리 CRB지수가 405.92로 3.7% 급등했다. 금 12월물은 22.70달러(2.8%) 급등한 온스당 839달러에 거래됐고 은 가격도 5.2% 급등했다.

러시아 증시는 그루지야 사태가 본격화된 8일 이후 6.5%나 빠졌다. 외환보유액도 지난 한 주간 164억 달러 이상 줄었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