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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외면하더니 결국

Posted August. 07, 2007 05:45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날 열린 대통합민주신당(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에 크게 고무된 듯했다.

정세균 의장은 민주신당의 통합 결의는 당연히 당 대 당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합당 프로세스에 필요한 논의를 신당과 열린우리당이 착수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웃고 있지만 사실 울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00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소멸의 순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자멸한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 민주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한 47명의 의원이 잘사는 나라, 깨끗한 정치를 주창하며 창당했다. 다음 주 중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면 열린우리당은 3년 9개월여 만에 사라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 구상을 당초 달가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정당이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17대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인 152석을 얻어 제1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동영 당시 의장은 총선 직후 앞으로 2030년은 집권하고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 승리가 가져온 것은 자만심과 독단이라는 독약이었다.

열린우리당은 2005년까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주도했지만 성과는 전무했다. 정 전 의장은 지난해 4대 개혁입법의 모자가 잘못 씌워졌다며 민생과 관련 없는 법안에 다걸기(올인)했던 당의 오류를 시인했다.

부동산 정책의 잇단 실패와 개혁 피로가 겹치며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2005년 4월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0 대 40의 참패를 맞았고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북지사 하나만을 얻었다.

정당으로서의 존립 의미를 상실했다는 자탄이 쏟아진 열린우리당에 남은 것은 탈당 도미노였다. 올해 들어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 23명(2월 6일) 임종석 우상호 의원 등 16명(6월 8일) 문희상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 16명(6월 15일) 유인태 송영길 의원 등 15명(7월 24일) 등 네 차례 집단 탈당이 이어졌고 6일 현재 58석의 원내 3당이다.

민주신당에 기댈 수밖에 없는 비애=열린우리당의 얼마 남지 않은 미래는 당분간 민주신당이 좌지우지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김영춘 사무총장을 민주신당과의 합당 협상대표로 지명했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민주신당 측이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지 않아 협상 상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민주신당 내부 분위기는 열린우리당과의 선()합당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과 먼저 통합하면 민주당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아져 반쪽 대통합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충일 민주신당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천명한 것과 관련해 통합수임기구에서 다 알아서 할 것이다. 여태까지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해 달라고 한 것도 이런 측면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100년 정당을 말하던 열린우리당이 대선 이후에도 계속 존립할지 불투명한 신당의 손바닥 위에 있다고 꼬집었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