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교훈을 얻었으며, 그 교훈을 나라와 개인의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동력()으로 삼아 나갈 수 있느냐다.
사회적 포용력을 키우는 일이 역시 급선무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배제 또는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너와 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이념, 세대, 지역 갈등이 중첩된 오늘의 혼돈을 극복할 수 없다. 여야는 물론 이른바 보수와 진보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성공으로 40여년 만에 진보세력의 제도권 진입까지 다시 이뤄졌다. 흑백()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이런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한다. 이성과 논리로써 상대를 설복하고, 패자는 기꺼이 승복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상생()의 정치, 관용의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이를 통해 나라의 기본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승자나 패자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있음을 거듭 되새겨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치판의 세력변화를 국가 이념과 기본정책의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선거과정에서 한 때 이성보다 감성이, 정책보다 바람이 더 위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국체()가 바뀌고 정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사구시()의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갈등과 혼돈의 시기에 우리가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할 행동원칙이다. 보혁()을 막론하고 형식보다는 내용을, 말보다는 실천을, 명분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선거과정에서 개혁의 외피를 쓴 허망한 열정과 공허한 수사()에 지쳤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언쟁()만 했으니 나라와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국가적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북핵과 이라크 파병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은 경제다. 끝이 안 보이는 경기침체 속에 일자리는 줄고 청년실업자는 늘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제조업은 공동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여야가 이념과 정파를 떠나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곧 최고의 개혁이다.
이런 모든 일들을 가능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리더십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나 정치권과 정부부터 국민적 합의를 구하고 국력을 효율적으로 동원, 사용할 수 있는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코드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퇴행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이 되풀이되도록 해선 안 된다.
총선 후는 총선 전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 승자나 패자 모두가 통렬한 자기반성 위에서 나라와 국민을 편안케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