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로 선생, 나대로 간다

‘시사만화의 진정한 힘은 시대와 독자와 함께 걸을 때 발휘된다.
한 걸음 뒤지면 낡은 풍자가 되고 한 걸음 앞서면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암시가 되어버린다.’
(이홍우 저 ‘나대로 간다’ 중에서)

‘나대로 선생’은 12·12사태와 신군부의 등장, 5·18민주화운동과 계엄령 선포 등 우리 사회가 격변하며 소용돌이치던 1980년 11월 동아일보에 등장했다. ‘정도를 걷는다’는 뜻과 ‘나 갈 대로 간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 나대로.

두 개의 낮은 산봉우리 모양의 검은 머리에 둥글고 큰 안경과 유난히 커다란 코를 가진 나대로 선생은 우둔한 듯한 외양과 달리 부도덕한 문제나 불의에 대해 거침없이 투덜대고 항의하며 27년간 민초들의 친구로 신문 한 켠을 지켰다.

나대로는 1991년 당시 노태우 정부를 ‘6공6신’(외교 굽신, 경제 망신, 치안 불신, 정책 등신, 날치기 귀신, 국민 배신)이라고 칭하고, 1986년 보도 금지되었던 국회 국방위원회 회식 폭력 사건을 그리는 등 촌철살인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삼팔선’(38세도 선선히 사표를 받아준다) 등 많은 화제작을 남겼다.

잘 알려진 대표작을 포함해 1980년부터 2007년까지 5공화국부터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재미있게 풍자한 작품들을 모아 <나대로 선생, 나대로 간다> 컬렉션을 꾸려보았다.

날마다 정신을 곧추세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세태를 풍자해 온 이 화백의 분신이자 시대의 대변인인 ‘나대로 선생’을 통해 그 당시 사회상, 우리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홍우 화백은

시사만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신문과 잡지의
독자 투고란에 만화를 실었다. 1980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동아일보>
에서 ‘나대로 선생’ 연재를 시작해 2007년까지 총 8,568편을 그렸다.
‘나대로 선생’을 통해 권력을 비판하고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홍우 화백

1949 ~ 2022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시사만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부산 국제신보>, <경향신문> 등의 신문과 <학원>, <아리랑> 등 인기 잡지의 독자 투고란에 만화를 실었다.

1967년 대학생 신분으로 데뷔하여 <중도일보>에 시사만화 ‘두루미’를 7년간 연재했으며, 1973년 <전남일보(현 광주일보)>로 자리를 옮겨 ‘미나리 여사’를 연재했다. 1980년 5월 20일 자 신문에 뿌연 연기와 함께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미나리 여사,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편의 텅 빈 눈빛을 그린 네 컷 만화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아픔을 세상에 알렸다. 철저한 검열 아래 어느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못한 사건을 은유와 상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홍우 화백은 이후 1980년 11월, 32세의 젊은 나이로 <동아일보>에서 '나대로 선생' 연재를 시작해 2007년까지 총 8,568편을 그렸다. 정치,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30대의 ‘나대로’ 캐릭터를 통해 살아 있는 권력을 비판하고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나대로 선생’ 연재를 알리는 사고(社告). 1980. 11. 11. 동아일보 동아일보에 연재된 ‘나대로 선생’ 대표작

“소금은 짜야 소금이듯 만화는 재미있어야 만화”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 화백. 매일같이 아이디어 싸움과 마감시간에 시달리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코미디 프로그램과 각종 서적, 영화 등 동시대 이슈를 섭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이홍우 화백 이홍우 화백의 작업실

‘미스앵두’, ‘오리발’, ‘문민아 너 어디로 가니’, ‘재롱이 만화일기’, ‘나대로 간다’ 등 저서를 남겼고, 제1회 고바우 만화상, 동아일보 ‘동아 대상’, 제16회 대한언론인상 공로상을 받았다. 2011년부터 상명대학교 만화영상과에서 후학을 지도하였고, 2022년 12월 23일 향년 73세로 별세하였다.

이홍우 화백의 수묵화 작품(왼쪽)과 저서들
주요 약력

1949 부산 출생 1967 - 1973 중도일보 ‘두루미’ 연재 1973 - 1980 전남일보 ‘미나리 여사’ 연재 1978 - 1988 스포츠동아 ‘오리발’ 연재 1980 - 2007 동아일보 ‘나대로 선생’ 연재 1995 한국시사만화가회 초대 회장 2001 제1회 고바우만화상 2007 동아일보 동아대상
제16회 대한언론인상 공로상
2011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과 교수
나대로 시사만화전(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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