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열안봄) 북한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쿠르스크 해방 1주년’을 앞두고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이 북한을 방문했다. 쿠르스크 해방 1주년을 계기로 북-러 간 밀착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달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러 밀착은 내달 14, 1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리의 확실한 뒷배”라는 메시지를 미중 양국에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쿠르스크 해방 1주년’ 맞아 푸틴 최측근 방북
26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볼로딘 의장은 이날 김 위원장을 예방해 푸틴 대통령의 인사와 축원을 전달하고 쿠르스크 해방에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블로딘 의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국방성의 초청을 받아 전날 공식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조용원 상임위원장이 직접 공항에서 대표단을 영접했다.
이번 러시아 대표단의 방북은 ‘쿠르스크 해방 1주년’을 계기로 이뤄졌다.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한때 쿠르스크를 빼앗겼던 러시아는 지난해 4월 26일 “쿠르스크를 완전히 해방했다”고 발표하면서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북한도 하루 뒤인 27일 ‘쿠르스크 해방작전의 승리적 종결’을 선언했다. 볼리딘 의장 등 러시아 대표단은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 전사자 추모 기념관인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볼로딘 의장에 앞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 등도 북한을 방문했다. 코즐로프 장관과 무라슈코 장관은 22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북-러 친선병원 착공식과 북-러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면담을 진행했다. 콜로콜체프 장관도 21일 방두섭 북한 사회안전상과 만나 치안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 장관 3명이 동시에 방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러의 전방위적 교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과 북-러 협력 강화는 미국과 중국 등에 상당한 ‘외교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러시아와 밀접한 혈맹관계라는 걸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러시아 인사들의 방북은 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북-러 협력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러시아 전승절 계기 金 방러 가능성 대두
북-러 밀착 흐름 속에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방북과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계기로 김 위원장을 만나 러시아로 초청했으나 아직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달 14, 1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러가 이뤄질 경우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까지 성사되면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당시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天安門) 망루 연대’가 한 차례 더 연출될 수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러시아 입장에선 다자주의를 확산하고 결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 정상의 방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톈안먼 연대’가 재현된다면 다자주의 연대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25일 ‘항일 빨치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박격포 사격경기를 관람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