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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음모론 뒤에 숨을 때 아니다

전광훈 목사, 음모론 뒤에 숨을 때 아니다

Posted August. 22, 2020 07:44   

Updated August. 22, 20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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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가 어제 300명 대로 폭증했다. 100명대에 진입한게 불과 일주일전인 14일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환자가 발생해 어제 하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324명이다. 중증 환자용 병상이 25%만 남아 있어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잠복기가 지나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환자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방역과 의료 역량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충격이 올 수 있다.

 이 와중에 방역수칙을 어겨가며 모임을 가진 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가 연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유감이다. 지난 17일 확진돼 입원 중인 그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여단체를 상대로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제도 성명서와 기자회견 입장문을 잇달아 내고 ‘바이러스 테러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 교회는 방역당국의 신도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일부 신도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잠적하는 등의 일탈행위로 방역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어제까지 확인된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732명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말 전 목사와 교인들이 마스크쓰기와 거리두기 같은 교회 핵심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대규모 예배를 세 차례 가진 여파로 보고 있다. 교인과 방문자들을 연결고리로 12개 시도의 교회 콜센터 요양병원 등 19곳에서 연쇄 감염이 번지고 있다. 5명이 검사를 받으면 1명 넘게 양성 판정을 받을 정도로 확진률이 높아 신속히 접촉자들을 찾아내 검사하고 격리하지 않으면 전국 곳곳에서 ‘깜깜이’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목사와 교회의 방역작업 비협조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재난의 위기를 맞을 때 희생의 앞자리에 서온 기독교 정신에도 어긋난다. 전 목사는 허황된 음모론으로 분열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신도들을 설득해 교회 발 확산세를 진정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번 확산 위기는 정부가 2차 대유행을 예고하고도 내수 진작을 위해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외식 공연 여행 할인 쿠폰까지 발행해 전국적인 이동량을 늘려놓는 등 자초한 책임도 크다. 지난달 24일에는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를 해제해놓고 막상 수도권에서 환자가 폭증하자 모조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탓인 것처럼 ‘낙인찍기’를 하는 바람에 관계자들을 더욱 숨어들게 하고 있다. 정부는 전 목사와 교회 측의 잘못과 별개로 방역정책 실패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책임공방과 정쟁화를 멈추고 교회와 집회 참가자들을 설득해 확산의 불길을 잡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