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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9번 왕복 17시간 운전 시간 대려면 과속 안할수없어

하루 9번 왕복 17시간 운전 시간 대려면 과속 안할수없어

Posted March. 22, 20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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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버스를 운전한 박용상 씨(47)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21일에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경진여객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129일째다. 요구사항은 배차시간 조정.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배차시간이 버스 과속과 신호위반 등 반칙운전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수원역을 잇는 광역버스 7770번을 운전할 때 박 씨는 하루 9번 왕복 운행했다. 1회 운행에 주어진 시간은 1시간 40분. 출퇴근 시간에는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이다. 9번을 채우지 못하면 수당이 깎였다. 하루 17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종점에 도착해 화장실이라도 다녀오기 위해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을 수밖에 없었다. 멈추지 않으려 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필수였고 추월과 끼어들기는 기본이었다. 박 씨는 휴식시간이 따로 없어 조금이라도 쉬려면 난폭운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 운전사는 오줌통을 갖고 다닐 정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했다.

경진여객 성창원 총무차장은 1시간 40분은 새벽시간대 배차간격이고 출근시간이나 도로 상황에 따라 배차시간을 유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반칙운전행태는 운전자들이 더 많이 쉬려고 하는 개인적 문제라고 반박했다.

버스의 반칙운전은 고질적이다. 버스 교통사고도 2007년 7272건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8595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사상자만 1만 5100명이고 216명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사업용 승합차(버스)의 교통법규위반 12만여 건 중 절반이 넘는 7만여 건(58%)이 과속이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과로운행이 버스의 반칙운전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한국 버스 운전자의 근로행태를 분석한 결과 주간 평균 운행시간이 59시간으로 택시(54시간) 화물차(45시간)보다 높았다. 버스 운전자 10명 중 9.6명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았고 13시간 넘게 운전하는 운전자도 전체 버스 운전자 중 18%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은 버스를 포함한 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최대 연속 운전시간 제한제도를 둬 반칙운전을 막고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1일 최대운전시간을 10시간, 유럽연합(EU)과 일본은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버스 운전자의 적정 근로시간 기준마저 없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광역버스 운전자 A 씨는 한 번 운행에 2시간에서 3시간이 걸리는데 하루 평균 5, 6회 운행한다. 심한 날에는 18시간 가까이 운전하기도 한다며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과속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현행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대형버스의 최고속도제한장치가 110km로 설정된 것도 문제다. 고속도로는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전용도로 제한속도 80km보다 높아 과속을 막을 수 없다. 교통안전공단 정관목 박사는 버스는 한 번 사고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라도 과속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최고속도제한장치를 80km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는 2007년 이후 출고된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최고속도를 80km로 낮추는 속도 제한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경기도 인천시는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교통안전공단 이환승 박사는 준공영제에 따른 적자보전, 환승할인 보전 등에 따라 동일 노선끼리 손님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한 경쟁이 줄었지만 장시간 운전을 강요하는 현실이 과속 등 반칙운전을 유발하고 있다며 최대 연속 운전시간 제한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