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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종훈 vs 안철수

Posted February. 19, 20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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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타 벤처기업인이 태평양을 건너 고국에 돌아왔다. 박근혜 차기 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인 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은 이민 1.5세대다. 김 후보자는 미국 400대 부자에 들 정도로 성공한 벤처기업가다. 경력만 놓고 보면 토종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여러모로 겹친다.

김 후보자는 1960년 서울, 안 전 후보는 1962년 부산 출생이다. 안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김 후보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안 전 후보는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정보보안 회사인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했고 김 후보자는 이보다 3년 앞선 1992년 큰딸 이름(유리)을 따 군사통신장비인 ATM 기술을 상용화한 유리시스템스를 창업했다. 김 후보자가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안 전 후보는 KAIST 석좌교수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활동한 것도 비슷하다. 김 후보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한국학 강좌에 2004년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직원들에게 주식 40%를 나눠줬다. 안 전 후보도 초기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고 회사가 성공을 거둔 뒤에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상 배분했다.

출신 배경, 활동 무대와 규모를 놓고 보면 둘 사이의 차이가 확연하다. 김 후보자가 1975년 이민을 떠나 메릴랜드의 빈민촌에서 신문 배달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죽기 살기로 공부한 자수성가형이라면 안 전 후보는 엄친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유한 의사 집안에 태어나 자랐다. 김 후보자는 1998년 유리시스템스를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매각했다. 안 전 후보가 1997년 세계 최대 백신회사로부터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매각 대금으로 제안 받은 금액이 1000만 달러였으니 규모 면에서 100배의 차이가 있다. 안 전 후보가 세운 안랩의 시가총액은 18일 종가 기준 6269억 원이다.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전 후보의 귀국설과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김 후보자와 안 전 후보를 비교하는 사이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변희재 주간미디어워치 대표는 16일과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훈 이분 장관으로선 모르겠으나 민간 시장에서의 경력으로 보면 안철수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글로벌 리더라고 포문을 열었다.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트위터리안은 그들의 종미() 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예측 가능하다고 맞섰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안 전 후보를 대통령 후보감으로 만들었고,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한국 경제가 구원투수로 김 후보자를 불러들였다. 김 후보자도 건너온 다리를 진심으로 불사르고 고국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으면 좋겠다.

박 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