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해 5월 19일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선거가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두 후보가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원로들의 숙의로 단일화가 결정됐다고 발표할 때는 김상근 목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청화 스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대의를 위해 시민단체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고, 이후 좌파 및 진보단체의 지지선언이 잇따랐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단일화의 실체는 겉모습과 달리 검은 거래였다.
단일화를 이끌었던 김 목사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교수가 후보 사퇴를 고심한다는 걸 우연히 알고 (지난해 5월) 19일 오전 환경재단으로 두 후보를 따로따로 불렀다고 말했다.
김 목사, 백 교수, 청화 스님 등 3명은 오전 10시경 도착한 박 교수에게 어느 누구에게 사퇴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둘 다 안 된다고 했다. 30분쯤 뒤에는 곽 후보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박 후보는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곽 후보는 딱한 표정이었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다는 것 같았다고 김 목사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 목사 등은 두 후보를 함께 부른 뒤 두 분이 협의해 단일화를 해달라고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박 교수가 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박 교수가 바로 답해 놀랐다. 하지만 감동했고, 바로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교육 발전을 이룰 중요한 계기라는 데 공감했고, 단일화를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위임했다. 박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뒤 좌파 및 진보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민사회, 종교계, 교육계 등 2177명이 20일 서울교육희망 지지선언을 했다. 곽 후보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최예나 yen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