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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의 풀뿌리 시민단체

Posted August. 11,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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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세력이 올해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을 따내면서 내걸었던 채택률 목표는 10%였다. 4년 전 펴낸 역사왜곡 교과서의 채택률이 0.039%에 그친 것을 반드시 만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의 채택 저지운동을 펴온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채택률을 1% 아래로 묶느냐, 못 묶느냐가 쟁점이라고 한다. 극우세력의 10% 목표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저지운동을 주도해 온 교과서 전국네트 21은 사흘 전인 8일자 동아일보에 의견광고를 냈다. 우리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교과서의 채택에 반대합니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세력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점은 12만 개에 달하는 일본의 시민단체다. 수에 비해 시민운동의 힘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와는 시민운동의 지향점이 다를 뿐이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시민단체들이 내건 활동목적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보건복지 분야이다. 마을 만들기로 이름 붙여진 지역사회 개선 활동, 문화 학술 활동이 그 뒤를 잇는다. 생활과 밀접한 구체적인 분야에 활동을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시민단체는 정부 감시와 노동문제, 권익옹호와 같은 정치적 활동이 많다. 어느 시민운동가는 일본의 시민운동을 육군에, 한국을 공군에 비유했다. 일본의 시민운동은 아래서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육군이고, 한국은 전략적 지점을 폭격해 사회변화를 유도하려고 하기에 공군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히다카 로쿠로 씨는 일본 시민운동의 특징을 무당무파()로서 정치적 야심이 없으며 각자 생활인으로 참여하는 점을 들었다. 소수의 활동가들이 국정의 전면에서 호령하는 한국에 비하면 왜소해 보이는 게 일본의 시민운동이지만 왜곡교과서 저지운동이 소리 없이 결실을 거두는 것을 보면 시민 없는 시민운동보다는 일본과 같은 풀뿌리 시민운동이 훨씬 가치 있고 시민운동다워 보인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