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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하고 청년 고용하자”는 경총의 권고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하고 청년 고용하자”는 경총의 권고

Posted March. 26, 2024 07:45,   

Updated March. 26, 20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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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가급적 최소화하고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자제할 것을 4200여 개 회원사들에게 권고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경영주의 논리로 읽힌다. 하지만 경총은 이에 더해 임금 안정을 기반으로 청년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대기업에 권고했다. 대기업의 임금 안정을 시작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총의 우려처럼 대기업·정규직 중심으로 누적된 고율의 임금인상은 임금 격차를 심화해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 2022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 월 소득은 591만 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286만 원)의 2.07배에 이른다. 매출 100대 비금융 상장사 중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회사가 2019년 9곳에서 지난해 48곳으로 4년 새 5배로 늘었다.

일자리의 계급화가 고착된 데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등한시한 정부, 관성적으로 높은 임금인상을 고집해 온 일부 대기업 노조와 이들의 요구에 끌려다닌 기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과보호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만들기에도 역행한다. 임금은 높은데 생산성은 낮고 해고는 어려운 구조에선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적극적일 수 없다. 청년들은 소수의 좋은 일자리만 기대하며 취업 시장에 계속 머무르고, 중견·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기업의 임금인상을 억제해 마련한 재원을 청년고용 확대와 중소기업 경쟁력 개선에 활용해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자는 경총의 권고는 시의적절하다. 대기업들도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기업의 사회적 책무임을 인식하고 경총의 권고에 적극 응해야 한다. 정부도 총선 이후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해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속도를 높이고 노동계의 기득권 양보도 끌어내야 한다. 임금 근로자의 12%인 대기업 정규직이 모든 것을 독식하고 청년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계속된다면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