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야 대표 민생협의체 합의… 말에 그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오찬 회동에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여야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 뒤 이를 함께 발표하며 장 대표의 제안을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신설될 민생경제협의체를 통해 여야의 공통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배임죄 폐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두고 “야당엔 성과가 되고 여당엔 국정 성공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1시간 20분간의 오찬 회동 뒤 장 대표와 30분 동안 첫 단독 회담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여야가 국민들 보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 얘기를 듣는 것을 넘어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표 선출 이후 한 달 넘게 국민의힘과 상견례조차 거부해 온 정 대표가 장 대표와 웃으며 처음 악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단독 회담에선 장 대표가 검찰청 폐지 등에 우려를 표시하자 이 대통령이 야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3대 특검 연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등 민감한 현안에서 뚜렷한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장 대표가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회동은 여야가 강대강 충돌을 이어가는 대화 실종 상황에서 이뤄졌다. 먼저 회동을 제의한 이 대통령이 장 대표의 단독 회담 요구를 수용하며 성사됐다.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야당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반목을 거듭하던 여야 대표도 일단은 서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비쳤다. 여야가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할 최소한의 계기는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어렵게 마련한 변화의 조짐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여야 협치로 이어지느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여야 공통 공약 실천을 제안했다. 이후 여야가 민생공약협의체 출범에 합의했지만 그후 2개월 동안 여야 대치 속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자 회동이 2차, 3차로 이어지며 정국의 막힌 곳을 실제로 뚫는 통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실낱 같은 정치 복원의 기대가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이었느냐’는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