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요계 ‘빅매치’가 시작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을 비롯해 에스파, 레드벨벳 등 정상급 가수들이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을 낸다.
특히 올해는 어둡고 강렬한 세계관을 앞세운 걸그룹들의 대전이 주목된다. 크러쉬 등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음원 분야 강자들도 컴백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연말은 통상 해외 투어 등으로 일정이 꽉찬 시기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쏟아지는 콘서트와 시상식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연말에 각자의 팬덤을 더 공고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걸그룹, 서늘한 전사로
걸그룹들은 가볍게 듣기를 즐기는 최근 가요계 흐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돌아왔다. 에스파는 6곡으로 이뤄진 새 미니앨범 ‘Drama(드라마)’에서 빠른 비트를 바탕으로 전사와 같은 강렬하고 서늘한 매력을 드러낸다. 뮤직비디오 역시 절도 있고 힘찬 안무를 통해 소녀같았던 이전 앨범과는 반전된 분위기를 선보인다. 새 미니앨범의 티저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담겼는데,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담았다”고 했다.
레드벨벳이 6년 만에 낸 정규앨범 ‘Chill Kill(칠 킬)’은 잔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앨범엔 총 10곡이 수록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는 한 남성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에 대해 멤버 조이는 “자매 5명이 비극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남성은 소유욕, 억압, 장애물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뮤직비디오는 경찰차 앞에서 멤버들이 밝게 춤추는 모습으로 마무리돼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27일 데뷔한다. 다국적 6인조로, 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YG는 “YG의 정체성을 담은 강렬한 힙합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각양각색 보이그룹
보이그룹은 레트로,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정국은 3일 발매한 솔로 정규 앨범 ‘골든’으로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타이틀 곡 ‘Standing Next to You(스탠딩 넥스트 투 유)’는 마이클 잭슨의 ‘골반춤’을 앞세운 노래로, 복고풍 리듬이 인상적이다. 정국은 “복고풍 리듬에 제가 갖고 있는 스타일을 섞어 표현해 봤다”고 했다.
스트레이키즈는 10일 미니 앨범 ‘樂-STAR(락-스타)’로 돌아왔다. 제목처럼 강렬한 록 사운드가 특징이다. 이들은 “록스타다운 자유로운 모습을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라이즈는 일명 ‘악기 시리즈’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곡 ‘Talk Saxy(토크 색시)’는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색소폰 소리가 매력적이다.
● 돌아온 음원 강자
공백기가 꽤 있던 가수들도 이달 잇따라 새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크러쉬가 14일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3집 ‘wonderego’는 발매 직후 멜론 음원 차트 ‘HOT 100’에 19곡 전곡이 올랐다.
태연은 27일 미니앨범 ‘To. X’를 발매한다. ‘I’, ‘Fine’, ‘사계’ 등 기존 솔로곡 모두 국내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오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성 듀오 다비치는 15일 이해리, 강민경이 처음으로 공동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내놓았다. 박봄은 1년 8개월 만에 신곡 ‘아이’를 22일 발매한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