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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학폭 감지해 경찰 신고”… 학교·교사의 설 자리는 있나

“AI가 학폭 감지해 경찰 신고”… 학교·교사의 설 자리는 있나

Posted May. 10, 2023 07:48,   

Updated May. 10, 202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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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학교폭력 등 교내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AI를 이용해 방문객이 승인받지 못한 구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실시간으로 동선을 관리하고, 재난 발생 시 대응 속도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화장실에서 아이들이 욕을 하면서 다른 학생을 때리는 경우 소리센서가 감지해 학교 관계자와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알려서 출동하도록 한다.

학폭은 피해 학생에게 평생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입히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학폭 예방 및 가해자 선도·징계는 AI나 경찰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를 중심으로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할 일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임과 동시에 교육적 가치가 최우선시돼야 할 현장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AI로 감시해서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들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된다는 점을 깨우치고 개선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교육당국이 까다로운 학폭 문제를 ‘학교 밖’으로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AI 시스템이 학폭 방지에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에는 학폭이 주로 물리적으로 다른 학생을 때리는 것이었지만 요즘에는 은밀하게 피해자의 정서를 학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학폭 형태 중에 언어·사이버폭력이 신체폭력보다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학폭이 벌어지는 장소도 학교 안보다 학교 밖이 더 많다. AI의 눈길이 미치는 않는 곳들이다. 학교 안에 AI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학교 밖이나 온라인상에서의 폭력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소지가 충분하다.

학생들의 인권 침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학생의 등·하교 시간과 현재 위치 등을 교사와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학생이 계단에서 뛰다 미끄러질 뻔한 일이 벌어지면 AI가 학생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학생들로서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빅브러더’ 체제에 산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다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갖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도록 가르치는 곳이다. 보여주기식 학폭 적발과 처벌에만 매몰돼 교육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