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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주택가 한복판서 벌어진 납치 살해극

서울 강남 주택가 한복판서 벌어진 납치 살해극

Posted April. 03, 2023 08:00,   

Updated April. 03, 2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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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귀가 중이던 40대 여성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 3명은 범행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경찰에 모두 체포됐지만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후였다. 경찰이 공개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피해자를 괴한들이 끌고 가 미리 대기시켜 둔 차에 태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납치 사건은 종종 벌어져도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데다 납치가 발생한 장소가 강남 한복판 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입구이기 때문이다. 범행 시간이 자정이 가까운 무렵이었다고는 하나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곳에서 납치를 당해도 속수무책이었다니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목격자의 112 신고가 신속히 이뤄졌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 사건이 발생한 지 3분 후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납치하는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사건 발생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범행 차량번호를 특정했다. 그러나 범행 차량 일제 수배령을 내린 건 다음 날 0시 56분이었다. 경찰은 신고자가 말한 차종이 달라 확인하느라 늦어졌다고 하지만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납치범들은 피해자를 1시간 40분동안 감금한 후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에 유기했다. 112 신고가 접수된 후 전국적인 경찰 공조와 검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 피해자의 주소를 포함한 신상 정보를 납치범들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공범이 아니었으면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일면식도 없는 납치범들이 피해자 주거지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신상 정보 불법 유출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코로나 봉쇄로 잠잠했던 각종 범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체포·감금 사건도 2017년 1165건에서 2021년 143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708건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서울 강남에서 강제로 차에 태워 경기 김포시로 데려가 감금한 사건이 있었다. 주거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신고 후 대응 체계와 공조 수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어디에 살든 안심하고 밤길을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