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세 살이 된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세 엄마가 있다. 한 엄마는 아이의 옷을 다 벗긴 뒤 자신의 옷도 벗는다. 옷에 이유식이 잔뜩 묻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다른 엄마는 아주 가벼운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한다. 아이가 음식을 다 먹었는지 숟가락의 무게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아이의 입을 확인하면서 이유식을 떠먹이는 엄마도 있다. 이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엄마다.
8일 만난 ‘그냥 엄마’(시공사)의 저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윤소연 씨(36)는 “시각장애인 엄마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육아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4일 출간된 책은 시각장애를 가진 세 엄마가 자녀를 키우는 법, 장애 부모에 대한 편견 등을 담았다. 아동복지를 전공하고 유아교육 석사를 딴 윤 씨는 박사학위 주제로 ‘시각장애인 엄마의 양육’을 정했다. 4개월 간 각 가정을 6번 씩 방문해 3시간씩 이들을 관찰했다.
시각장애인 엄마들은 이유식 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같은 육아의 기본도 수백 번 반복해 손과 귀, 코 등의 감각으로 익혀나갔다.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는 넘어지거나 부딪힐까 걱정돼 목에 방울을 달았다. 윤 씨는 “외출할 때 아이 혼자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가 변기 만지는 소리까지 안방에서 들을 정도로 시각 외의 감각을 총동원해 아이에게 신경을 쏟는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대화다. 볼 수 없는 대신 말로 아이를 파악하는 것. 어린이집에 다녀와 머리핀이 없어졌으면 왜 머리핀이 없는지, 누군가와 싸우진 않았는지를 일일이 묻는다. “물 냄새는 어때?”, “바람 소리를 들으니 뭐가 생각나?”와 같이 시각에만 한정짓지 않는 질문도 던진다.
“세 가족의 공통점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는 아이들의 언어능력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새가 있다’ 대신 ‘파란색 날개가 달린 새가 오른쪽으로 걸어가고 있어’라고 말해요. 부모의 장애가 오히려 아이의 강점이 되는 것이죠.”
책은 다음달 오디오북과 디지털음성도서로, 8월경 점자책으로 각각 출간될 예정이다. 책 표지 제목 아래는 ‘그냥 엄마’가 점자로 표기돼 있다. 엄마 중 한 명은 제목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쏟았다.
“이들도 앞이 보이지 않을 뿐, 그냥 엄마예요.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다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춰나가는 존재죠. 앞이 보이지 않는 모든 ‘그냥 엄마’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