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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선제•보복 타격” 위협한 北...장밋빛 환상 못 깬 南정부

“핵 선제•보복 타격” 위협한 北...장밋빛 환상 못 깬 南정부

Posted January. 11, 2021 07:22,   

Updated January. 11, 2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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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결산)에서 “핵보유국 지위로 적대세력 위협이 종식될 때까지 군사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무기 남용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핵무기 선제 및 보복 타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이어진 비핵화 협상기조를 뒤엎고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은 특히 “최대 주적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실패로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위해 핵 무력 극대화 계획을 상세히 공개했다. 우선 핵 선제·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1만5000km 사정권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 정도 사정권이면 미국 본토 대부분이 포함된다.

 핵추진 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 내용도 언급했다. 핵 잠수함은 오랫동안 잠항이 가능해 항로 탐지가 어렵다.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전략 무기다. 미국이 북한의 핵 잠수함을 ‘게임 체인저’로 보고 실전배치 여부에 민감해 하는 이유다. 극초음속 무기도 현재 미사일방어(MD)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언급을 안 한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앞으로 북-미 협상이 진행될 경우 구도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으로 방향 전환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축 협상을 벌인다면 핵보유국 위상을 굳히는 것이어서 비핵화를 관철시키려는 미국과의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우리 정부에 대해선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방역, 인도주의적 협력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말을 안 들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으로 판을 깰 수 있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김정은이 사실상 비핵화 협상 기조를 포기한 엄중한 상황인데도 통일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은 핵 협박을 하고 있는데 남북관계 복원을 기대하는 장밋빛 환상만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누적된 대북 저자세 외교기조에서 안이한 대응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다시 완전한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단호하게 주문해야 한다. 이제라도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