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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쓰레기

Posted June. 24, 2020 07:40,   

Updated June. 24,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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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때때로 다른 인간을 물건처럼 이용하고 버린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그런 관계를 ‘나-그것’의 관계라고 한다. 두 사람 사이 대등한 ‘나-너’의 관계가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을 이용하는 ‘나-그것’의 관계, 이 관계는 특히 전쟁 중에 날것으로 드러난다. 중국계 미국 작가 하 진의 소설 ‘전쟁쓰레기’는 한국전을 배경으로 인간이 ‘그것’이 되는 상황을 펼쳐 보인다.

 스토리는 한국전에 투입되었다가 포로가 된 2만여 명의 중국군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거제도와 제주도에서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결국에는 약 3분의 1이 중국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대만으로 갔다. 대만으로 가려는 반공 포로들과 본토로 돌아가려는 친공 포로들이 죽고 죽이는 싸움을 거듭한 결과였다. 그들 사이에 벌어진 폭력은 언어로 묘사할 수 없을 만큼 살벌하고 끔찍했다. 수용소가 유엔의 관할이었지만 소용없었다.

 작가의 주된 관심은 반공포로들로부터 받아야 했던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로 돌아가기를 택한 포로들의 운명에 있다. 중국은 어렵게 돌아온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국가의 눈에는 죽음을 택하지 않고 포로가 된 그들 모두가 반역자였다. 수백 명이 간첩 혐의로 감옥에 갇혔고 거의 모든 포로가 불명예제대를 했다. 많은 사람이 농장에서 노역을 하며 살았다. 가족에게도 낙인이 찍혔다. 전쟁포로들이 복권된 것은 1980년, 27년이 지나서였다. 치욕의 세월이었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소설이다. 작가는 굳이 왜 이렇게 어두운 소설을 썼을까. 전쟁 중에는 ‘전쟁쓰레기’였고 전쟁이 끝나고는 ‘사회의 쓰레기’였던 개개인의 상처와 억울함을 이렇게라도 다독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가진 치유의 기능에 기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중국만의 이야기일까. 우리는 그러한 국가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웠을까. 소설이 한국 독자에게 제기하는 암묵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어땠나요.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김성경기자 tjdrud030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