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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누리꾼 수사대“이건 가짜”댓글달기

참다 못한 누리꾼 수사대“이건 가짜”댓글달기

Posted December. 24, 2016 07:07,   

Updated December. 24, 20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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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에서도 ‘가짜 뉴스’가 설칠 조짐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가짜 뉴스가 진짜인 듯 언급돼 파장을 낳는가 하면 정치인 발언이 왜곡돼 악의적인 가짜 기사와 단순 오보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기도 한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누가 여성 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한국을 보게 하라’고 말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로 지탄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빗댔다는 것이었다.

 이 뉴스는 명백한 거짓으로 판명 났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정희성 시인의 시구를 패러디해 지어낸 전형적인 거짓 기사였다. 사람들은 ‘웃자고 올린’ 사진과 글을 사실로 믿었고, 일부 언론은 이를 확인 없이 보도해 널리 퍼뜨렸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이 해당 내용을 언급했다가 나중에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일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도 가짜 뉴스 확대를 예고한다. 지난달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이 다가오면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을 막기 위해 국민의당과 합친다는 게 정치권 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김 의원이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협심해 탄핵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팩트’처럼 보였던 이 글은 나비효과와 같은 파장을 몰고 왔다. 수십 개 언론사가 이 글을 그대로 인용했다. 국민의당은 다음 날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을 비난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김 의원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당시 ‘탄핵 관련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질질 끄는 것 아니냐’는 한 언론의 질문에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입장이 다른 것 같지만 내년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민주당,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하는 것을 막을 것이란 데는 이해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렸을 뿐”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글쓴이는 두 정당이 합칠 것으로 단정해 썼고, 다수 언론 매체들마저 이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김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허위 기사를 내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사실을 가장한 글이 확대 재생산되니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도 당시 받은 이미지 타격이 복구가 안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