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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국제상 최종후보 작가 ‘한강’

Posted April. 15, 2016 07:20,   

Updated April. 15, 20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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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은 대개 영어를 잘 아는 한국인에 의해 영어로 번역된다. 반면 영문학은 영어를 잘 아는 한국인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된다. 이런 비대칭성이 한국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는 데 장애가 된 게 사실이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교(SOAS) 박사과정 학생인 데보라 스미스 씨가 한국어를 배워 직접 영어로 번역했다. 영어권 독자들에게 가 닿는 감동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강의 ‘The Vegetarian(채식주의자)’이 영국 맨부커 국제상의 최종 후보 6명에 들었다. 최종 후보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도 포함됐다. 맨부커 국제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맨부커상은 영연방 작가에게, 맨부커 국제상은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자에게 주어진다. 수상자는 다음달 16일 발표된다.

 ▷평범한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다. 아내는 구두조차 가죽 제품이라 해서 버릴 정도로 채식에 집착한다. 아내는 어린 시절 자신을 물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 의해 비참하게 도살돼 자신도 강제로 먹어야 했던 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야수성을 감지한 그녀는 처벌의 한 형태로 자기파괴를 시작한다. 초식(草食)으로도 모자라 차라리 식물이 되기 원했던 아내가 병원에 실려가 (아마도 아내에 의해) 목덜미가 물어뜯긴 새를 쥐고 있는 장면은 인간의 근원적 야수성을 고발하듯 섬뜩하다.

 ▷2014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가 나왔을 때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2011년 ‘희랍어시간’이 나왔을 때는 도입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져 읽다 말았다. ‘채식주의자’는 훨씬 전인 2007년 나왔다. 읽지 않고 있다가 맨부커 국제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뒤늦게 읽었다. 이 작품의 가치를 진작 알아보고 고른 번역자의 안목이 놀랍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작가가 좋은 번역자까지 만났으니 상복도 따랐으면 좋겠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