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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무교동 전역 담배 못피운다

Posted February. 03, 2016 07:33,   

Updated February. 03, 20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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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과 무교동 일대가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금연지구로 지정된다. 국내에서 특정 지역 전체가 금연구역이 되는 건 처음이다. 대신 금연지구에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가 설치된다.

 서울시는 “상반기(1∼6월) 중 을지로입구역∼을지로2가 사거리∼퇴계로2가 교차로∼회현 사거리를 꼭짓점으로 잇는 명동과 무교동 사거리∼광교 사거리∼을지로입구역∼시청 삼거리로 둘러싸인 무교동 일대를 ‘전면 실외 금연구역’으로 시범 지정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두 곳은 강북 도심에서 대표적인 상가 및 사무실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금연지구는 기존 실외 금연구역과 성격이 다르다. 현재는 시와 각 자치구가 버스정류소나 지하철역 출입구 부근, 광장 등 특정 시설물을 중심으로 실외 금연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금연구역 지정의 목적인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실외 공공장소 간접흡연 경험률은 금연구역이 3000여 곳이었던 2012년 86.1%에서 1만 곳이 넘어선 2014년 91.1%로 오히려 증가했다. 정해진 장소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 금연구역은 1만3434곳에 이르지만 거리에서 담배를 물고 이동하는 행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지점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연지구는 특정 건물이나 시설물 부근뿐만 아니라 지구 내 모든 곳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운영된다. 보행 중 흡연도 엄격히 제한된다.

 대신 금연지구 내 곳곳에 30m² 이내 크기의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비흡연자는 이곳만 피하면 간접흡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고, 설 곳을 잃어가는 흡연자도 흡연부스 내에서는 떳떳하게 담배를 피울 권리를 갖는 셈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하는 이런 ‘분연(分煙) 정책’의 효과는 이웃 일본에서 입증됐다. 일본에서는 2001년 도쿄(東京) 치요다(千代田) 구에서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 불똥이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상 흡연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도쿄를 비롯한 대부분 도심 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울 경우 2만 엔(약 19만8000원)이 넘는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강한 거리 금연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든 도보로 5분 이내에 찾아갈 수 있는 흡연부스도 함께 설치해 그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일본의 간접흡연 피해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명동과 무교동 일대 금연지구의 효과가 입증되면 시 전역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두 곳의 금연지구를 시범 운영한 후 2018년까지 종로와 남대문, 역삼동 등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