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하고 제재 벗은 이란, 이제 북핵만 남았다

13년간 지구촌의 평화를 흔들던 이란의 핵개발 위협을 해소할 토대가 마련됐다.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어제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의 핵개발 중단과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구체적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002년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이란 국제사회의 갈등이 타결됨에 따라 세계의 이목은 북한으로 쏠리게 됐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시설 축소 등으로 핵무기 1개 제조용 핵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합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이란의 군사시설까지 사찰한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IAEA의 군사시설 사찰 결과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해제된다. 이란이 즉각 해제를 요구한 재래식 무기 금수조치는 5년간 더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란은 인구 8000만 명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2위를 자랑하는 잠재적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경제제재 속에 국내 생산이 줄고 실질 실업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하루 원유 수출량은 30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무모한 핵개발을 시도해 경제적 고통과 국제사회 외톨이를 자청한 것이다. 2013년 8월 출범한 하산 로하니 정권이 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협상에 나서는 역사적 선택을 했다. 이란이 제재의 족쇄를 풀고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경제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란이 핵개발 포기, 제재 해제 선례를 만들었지만 북핵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3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김정은은 2012년 초 권력을 잡자마자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까지 채택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은 강력한 제재와 대화의 투 트랙 전략이 문제를 푸는 길임을 보여줬다. 북한을 대화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한 강대국들은 이제 대북 제재와 대화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제재에서 벗어나는 게 유일한 생존의 길임을 깨달을 때까지 국제공조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