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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에서 김영란은 이제 빠져야

Posted March. 11, 20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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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어제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공직부패 척결의 첫 입법 성공을 환영하면서도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걸려 반쪽 법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 원안의 핵심인 이해충돌방지 규정은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자신의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의 회사에 특혜 공사발주를 하는 등의 공직과 사익()이 충돌하는 전형적 부패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인데 통째로 빠진 점은 문제가 있다. 또 원안과 달리 국회의원이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둔 점도 입법 브로커를 양산할 우려가 있어 수정이 불가피하다.

김 전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 법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언론이 붙인 속칭()일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법에 애착이 있을 것이다.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수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라며 일단 시행을 강조한 것도 그런 애착 때문일 듯하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지금 그의 의견은 여러 사견() 중 하나다.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자 이를 모아 기자회견 형식으로 답했지만 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제치고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법의 원래 제안자로서 권익위가 다듬을 시행령과 국회의 논의, 헌법재판소의 심의를 지켜보면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옳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 69.8%가 바람직하다고 평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과잉입법이라든지 비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적 법률을 견제하는 것이 헌재의 중요한 기능임에 비춰 볼 때 시류에 따라 변하는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법률의 위헌성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언론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크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동아일보가 실시한 국가대혁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이 뿌리 깊은 부패였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바로 부패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김영란법에서 위헌적이고 과잉입법적인 요소를 걸러내 김 전 위원장이 원래 추구했던 공직부패 척결의 취지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 1년 반의 유예기간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